얼마 전에 깨달은 게 있다. 익숙한 길은 땅만 보고 걸어도 목적지를 잘 찾아간다는 것.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것이 있어서 핸드폰의 메시지 창만 들여다보며 동네를 바쁘게 걸어간 적이 있다. 문자를 보내는 동안 나는 가려는 목적지도 잊고 이끌리는 대로 걸어갔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가려던 곳에 잘 도착해 있었다. 오늘따라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왜인지 모르지만 기분은 좋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오늘도 그렇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토끼굴에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색을 만끽한다. 발이 닿는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이게 뭐지? 톱밥인가? 내가 왜 톱밥을 밟고 있을까? 어찌 된 영문이건 폭신폭신하고 기분이 좋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평소보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몸이 썩 마음에 든다. 내려가보니 터덜터덜 힘들지만 애쓰는 직장인, 사랑스럽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인, 천천히 찾아다니고 기대하는 수집가가 계단 아래에서 노을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노을을 기다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저 사람들은 해가 다 지고 나면 무엇을 할 건지 지금의 기분은 어떤지 궁금할 뿐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어쩐지 오늘따라 나의 존재가 작게 느껴진다. 터덜터덜 힘들지만 애쓰는 직장인은 지금까지 잘 해오다가 오늘 한 가지 실수를 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회사를 뛰쳐나왔다. 빨리 집에 가겠다고 열심히 달려서 버스를 탔지만 강을 건너는 길에 창 너머 보이는 한강공원의 광경이 나를 붙잡는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왜인지 낯설다. 놀이 기구같이 생긴 둥근 원통이 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이끌려 원통으로 다가간다. 다리를 올리고.. 앞으로 발을 굴러본다. 사랑스럽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인은 가끔 모든 것을 상상에 맡기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한강에 가서 저녁노을을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간다. 원통이 빠르게 굴러간다. 정신없이 원통을 굴리는데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온다. 천천히 찾아다니고 기대하는 수집가는 매일매일의 노을을 수집한다. 마냥 파랗던 하늘이 붉게 물들면 그렇게 경이로울 수가 없다. 뭘까? 머리맡에서 늘어뜨려 손을 잡는 고양이가 보였다. 그런데.. 고양이가 너무 큰걸?.. 나 지금.. 햄스터인 거야? 깜짝 놀라서 살짝 부르짖는 햄스터가 보인다.

얼마 전에 깨달은 게 있다. 익숙한 길은 땅만 보고 걸어도 목적지를 잘 찾아간다는 것.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것이 있어서 핸드폰의 메시지 창만 들여다보며 동네를 바쁘게 걸어간 적이 있다. 문자를 보내는 동안 나는 가려는 목적지도 잊고 이끌리는 대로 걸어갔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가려던 곳에 잘 도착해 있었다. 오늘따라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왜인지 모르지만 기분은 좋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오늘도 그렇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토끼굴에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색을 만끽한다. 발이 닿는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이게 뭐지? 톱밥인가? 내가 왜 톱밥을 밟고 있을까? 어찌 된 영문이건 폭신폭신하고 기분이 좋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평소보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몸이 썩 마음에 든다. 내려가보니 터덜터덜 힘들지만 애쓰는 직장인, 사랑스럽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인, 천천히 찾아다니고 기대하는 수집가가 계단 아래에서 노을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노을을 기다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저 사람들은 해가 다 지고 나면 무엇을 할 건지 지금의 기분은 어떤지 궁금할 뿐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어쩐지 오늘따라 나의 존재가 작게 느껴진다. 터덜터덜 힘들지만 애쓰는 직장인은 지금까지 잘 해오다가 오늘 한 가지 실수를 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회사를 뛰쳐나왔다. 빨리 집에 가겠다고 열심히 달려서 버스를 탔지만 강을 건너는 길에 창 너머 보이는 한강공원의 광경이 나를 붙잡는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왜인지 낯설다. 놀이 기구같이 생긴 둥근 원통이 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이끌려 원통으로 다가간다. 다리를 올리고.. 앞으로 발을 굴러본다. 사랑스럽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인은 가끔 모든 것을 상상에 맡기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한강에 가서 저녁노을을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간다. 원통이 빠르게 굴러간다. 정신없이 원통을 굴리는데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온다. 천천히 찾아다니고 기대하는 수집가는 매일매일의 노을을 수집한다. 마냥 파랗던 하늘이 붉게 물들면 그렇게 경이로울 수가 없다. 뭘까? 머리맡에서 늘어뜨려 손을 잡는 고양이가 보였다. 그런데.. 고양이가 너무 큰걸?.. 나 지금.. 햄스터인 거야? 깜짝 놀라서 살짝 부르짖는 햄스터가 보인다.